최근 대학마다 희비가 엇갈린 사건이 하나 있었다. 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발표한 대학 평가에서 사회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른 바 명문대로 여겨지던 서울 및 수도권의 몇몇 대학들이 중하위권에 머무른 반면, 내실을 추구해온 일부 지방대학들이 상위권으로 약진해 화제가 됐다.

대교협의 대학평가에서는 해마다 평가분야를 달리하는 학문 분야별 조사와 해당 연도에 참여하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평가가 실시된다. 이번 평가에서는 신문방송 광고홍보학, 기계공학 그리고 생물생명공학 등 3개 분야가 세부 학과평가 대상이 됐다.

평가 결과 신문방송 광고홍보학 분야에서는 이화여대를 수위로 4개 대학이 최우수, 21개 대학이 우수 등급을 받았고 31개 인정대학과 2개의 불인정 대학이 그 뒤를 이었다.

기계공학 분야는 고려대를 수위로 10개 최우수대학과 49개 우수대학, 20개 인정대학, 3개의 개선요망대학 그리고 2개의 불인정 대학으로 나뉘었으며 생물생명공학 분야는 포항공대를 수위로 2개 최우수대학과 13개 우수대학, 58개 인정대학과 1개의 개선요망대학으로 구분됐다. 한편, 40여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종합평가에서는 이화여대, 한양대, 인하대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 결과에 대해 대다수 대학 관계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허울 좋은 이름값에만 의존해왔던 일부 대학들이 상위권에서 대거 탈락한 반면, 이유 있는 반란을 꿈꾸던 대학들에는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가 내려졌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명성보다 해당 학과의 제반 여건과 수준에 따라 교육의 높낮이가 평가돼야 한다는 다원주의적 시각에 입각해서도 이번 평가결과는 고무적이다. 당장 수험생의 입장을 고려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학을 보고 진학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고자 하는 해당학과의 교육 수준을 보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전개다. 이제까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그렇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 이해하기 힘든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 평가는 진보적으로 변화하는데 비해 일부 언론의 보도는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해 안타깝다. 서울대가 분야별 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머리기사들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렇기에 이번 평가가 공정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내용은 듣는 이를 난감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입학생의 학력수준, 졸업생의 취업률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문제가 있다는 사설들은 보기에 따라서는 명문대로 불리는 일부 대학들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것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대학 교육의 현실에 있어 입학생의 수능 성적이나 취업률 자체가 간과할 사안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공신력을 갖춘 공적 기관의 대학 평가에서 이같은 내용이 주요한 잣대로 활용돼야 한다는 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사회 통념에 따라 우수한 재원을 확보하고도 이에 걸맞은 교육을 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가 나왔다면 그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지나친 학벌위주의 언론계 인력구조가 이같은 보도의 뒤에 있다면 사정은 더욱 한심스럽다. 대학평가는 학벌 평가도,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들의 평가도 아닌 그 스스로 순수한 학문적 역량의 평가다. 상위 10개 대학 발표는 있었지만 참여 학교 전체를 순위로 매기는 상대평가 대신 여러 등급으로 나누는 절대 평가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디가 어디보다 좋다라는 단순 논리보다 해당 학과가 어느 수준에 있다는 것을 알린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 평가의 진정한 목적은 과거의 답습이 아닌 현재 가치의 평가에 있다. 특정 해에 우수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과거의 명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분발하고 노력해서 다음 평가에 대비하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약진을 보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평가에 만족할 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스스로의 단점을 파악해 보완하고 대비한다면 해당 분야의 새로운 명문 교육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논란의 대상이 아닌 긍정적 발전의 계기로 대학 평가를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아쉽다.


원종원 객원논설위원·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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